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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또 10기] 길을 잃었던 취준생의 회고

엔팁 2024. 10. 11. 23:10

미드저니로 생성한 나의 취준생활 이미지

 

목표 없이 바다를 떠돌다.

글또 9기가 끝나갈 때쯤 나는 퇴사를 했다. 여행을 다녀오겠다거나 그런 로망은 없었고, 그저 하루를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 것'으로 채우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하고, 미뤄왔던 버킷리스트를 이루고... 어떻게 보면 정말 회사를 안 다닐 때의 '일상'을 원했던 것 같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수학 공부를 하고, 코딩테스트도 준비하고, 그림도 그리고, 운동도 하고 ... 하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항상 하루를 마무리 할 때면 오늘 나 뭐했지, 라는 허탈함이 들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놀았던 것은 아닌데, 뭘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8월부터는 이력서를 쓰기 시작했다. 전 회사에서 잘 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3년 정도의 경력이면 금방 취업하겠지하는 마음으로 이력서를 공개하자 꽤 큰 회사에서도 헤드헌팅을 받으며 처음에는 안심했다. 하지만 추천이 왔음에도 서류에서 탈락을 하거나, 면접 분위기가 좋았음에도 탈락하는 경험을 하자 조금씩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일희일비' 결과가 나올 때마다의 내 마음 상태였다. 취업에서는 가장 멀리해야 할 마음인데, 탈락하면 하루종일 무기력했고, 합격을 하면 안심했다. 불합격이 합격보다 훨씬 많았으니, 무기력한 하루가 더 늘어나고 나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자존감'도 위태로워졌다.

 

 

길을 잃고 나서야 열어 본 가방

역설적이게도 올해 취업을 글렀다고 생각하는 순간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퇴사를 할 때 막연하게 9월쯤에는 새로운 회사를 다니고 있겠지 생각했는데 그 시기가 지나가니, 조급함을 버리고 다시 계획을 세울 정신이 들었다. 포기했지만 오히려 여유를 찾은 재밌는 상황.

 

조급한 마음에 가장 기본적인 걸 놓치고 있었다. 취업을 하기 위해선,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먼저여야 한다.

 

나에게 없는 것

우선, 3개월 정도 취업을 준비하면서 나에게 부족했던 점을 생각해봤다. 

 

이력서, 포트폴리오, 자기소개서 등 서류의 문제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 부분은 꾸준히 수정하고 있기도 하고, 피드백도 좋은 편이라 우선 제외하고 생각했다. 올라온 공고들과 내가 가진 것들을 비교했을 때 결정적으로 내게 없는 것들은 학위, 엔지니어링이었다. 

다른 직무에 비해 '데이터 과학자'는 석사 이상의 학위를 요구하는 회사가 많았다. 규모가 큰 회사일수록 더더욱. 석사 이상 조건이 없는 경우에는 엔지니어링 역량이 특히 요구되었다. 둘 다 단기간에 만들기 어려운 것들이다.

 

내가 가진 것

다음으로는 나의 강점을 생각해보았다. 스스로 느끼는 강점 외에 주변에서 인정 받았던 강점들을 중심으로.

 

 

대부분 소프트스킬이다. 데이터 과학 직무가 재미있고, 관련 지식도 열심히 쌓는 편이지만 솔직히 개발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손가락보다는 입을 움직이는 게 더 적성에 맞다고 해야 할까, 개발에 대한 로망은 가득하지만 여전히 컴퓨터 언어보다는 사람의 언어가 더 익숙하고 즐겁다. 전 회사에서 인정 받았던 것도 빠르고 명확한 문제 정의 및 해결과 전달력이었다. 

 

 

내가 가고 싶은 방향

 

개발에 대한 로망때문에 계속 엔지니어링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데,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나는 엔지니어보다는 분석을 더 즐겁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즈니스 문제를 정의하고, 그것을 분석하고 해결하는 데이터 분석가.

 

3년의 경력에서 70%는 데이터 과학자, 30% 데이터 분석가 업무였기에 아예 접해보지 않은 직무는 아니었다. 요즘은 데이터 분석가에게 데이터 과학자 업무가 많이 주어지기도 하고. (매번 느끼지만 데이터 과학자, 분석가, 엔지니어의 업무의 경계는 모호한 면이 많은 것 같다.)

 

나를 돌아본 시간을 통해, 데이터 엔지니어 역량을 지닌 데이터 과학자와 데이터 과학 역량을 지닌 데이터 분석가 중 후자를 목표로 가보기로 마음 먹었다. 공고를 볼 때마다 엔지니어 역량이 부족한 것을 어떻게 채울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준비해야 할 것들의 우선순위가 바뀌는 것으로 체감할 수 있을 듯 하다. 기존에 쌓았던 데이터 과학 역량을 유지하며, 엔지니어링보다는 분석에 우선순위를 두고 준비해야 할 것들을 리스트업 해볼 생각이다.

 

 

글또와 함께 나아가는 새로운 목적지

3개월의 취준생활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막연한 목표였다.

이직하고 싶어, 돈을 벌고 싶어, 뒤쳐지고 싶지 않아, 당당하고 싶어... 목표라기 보다는 욕망에 가까운 생각들에 조급해지다 보니 무엇을 향해 가는지도 모른채 힘겹게 팔만 허우적거렸던 것 같다. 

 

잠깐이면 끝날 휴가라고 생각했던 백수 생활을 조금은 기쁘게 활용해보기로 했다. 회사를 다니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취업을 조급해하지 말고 다음 회사에 오래있을 생각으로 열심히 고민하고 전략적으로 준비해보기로. 

 

이런저런 고민이 끝나갈 때, 마지막 글또 10기가 시작됐다. 지난 기수에서는 내가 글또에게 일방적으로 낯을 가렸다. 퇴사를 고민하고 있을 때라 스스로가 작게 느껴지기도 했고, 커뮤니티 활동은 처음이라 소극적으로 글또에 참여했던 것 같다. 

 

이번에는 마지막이기도 하고, 9기 활동에서 '더 열심히 활동하고 사람을 만나볼 걸'하는 아쉬움을 해결하기 위해 글또 안의 최대한 많은 활동에 참여해보려고 한다. 

 

글또 액션 플랜 세우기 (진행 중)

 

글또 액션 플랜 (작성 중)

 

글또가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2주 정도가 지난 지금, 다양한 활동을 해보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 취업생활과 마찬가지로 무작정 일을 벌리기만 하면 무엇 하나 완성되지 못하고 시도에 그칠 것 같아 카테고리 별로 액션 플랜을 세워보려 하고 있다.

 

원래 첫 글을 작성하기 전에 액션플랜을 모두 채워두고 싶었는데 10월 초부터 예상하지 못했던 면접 준비 & 인적성 준비로 정신이 없어서 아직 채우지 못했다. 새로운 방향을 세웠지만 일단 10월까지는 기존에 해왔던 것들에 대한 마무리가 필요할 듯 하다. 

 

다음주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될 것 같으니 그 때 좀더 고민해서 수정해보려 한다.

 

 

새로운 여행을 준비하며

3개월 동안의 취준생활은 망망대해에서 헤엄치는 듯한 막막함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열심히 하지 않은 건 아닌데, 무언가 이룬 것은 없는 것 같은. 취준생활을 시작한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지금도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려 한다.

 

취준생활 동안 기억하자.

내가 가려고 한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가를 정기적으로 점검할 것. 

불안에 잠식당하지 말고, 불안할 때는 일단 몸을 움직이자. 결국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나의 행동이다.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읽히기 보다는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쓴 글이라 어색하지만 나름대로 정리가 된 느낌이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글또와 취준 생활 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