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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또 9기 마무리, 그리고 퇴사.

엔팁 2024. 5. 12. 23:18

 

키키처럼 하나씩 성장해보자

 

벌써 글또가 시작하고 5개월이 지나갔다. 그 사이에 참 많은 일이 있었는데, 가장 큰 건 역시 퇴사.

글또 9기 활동이 시작하던 23년 12월부터, 예전부터 막연하게 꿈꿔오던 퇴사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많이 바빴고, 또 많이 아팠다. 고민거리가 생기면 다른 일에 소홀해지는 성격에 한동안은 글또 활동을 열심히 하지 못해 아쉬웠었는데, 퇴사를 확정하고부터는 참여할 수 있는 행사는 다 참여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었던 글또 9기의 마지막 글은 퇴사 배경과 글또 후기, 그리고 앞으로의 나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1. 어쩌다 퇴사?

퇴사를 고민하기 시작한 건, 일단 회사가 많이 흔들리면서 이곳에서의 미래가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동기부여가 될 외부 조건이 상당수 사라졌고, 12월에 프로젝트가 끝난 후 본사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점점 일할 곳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개인적으로도 내가 이대로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나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기에 어지러운 회사 상황은 퇴사 생각에 박차를 가했다. 본격적으로 퇴사를 고민한 건 12월부터였는데 실제 퇴사는 5월이었으니, 5개월 정도를 퇴사 고민으로 끙끙 앓은 셈이다. 해야지 결심했다가 프로젝트 사정이나 다른 사정으로 밀리고, 밀리는 과정에서 진짜 퇴사를 하는 게 맞나 고민되고 이직하고 퇴사하는 게 맞지 않을까 불안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지면서 정신뿐만 아니라 몸도 엄청 아팠다.

 

불안한 마음에 포트폴리오도 준비하고, 경력기술서도 작성했는데 막상 다른 회사에 지원하려니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점차 마음을 굳혔던 것 같다. 아, 나는 현재 회사도, 다른 회사도 다닐 준비가 안 되어 있구나. 지금은 잠깐 멈춰서서 나 자신을 재정비할 시간이구나. 퇴사를 하고 싶은 것도 쉬고 싶다는 이유가 아니라 루틴을 세워서 하루를 온전히 내 것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과 공부로 채워서 살고 싶은 거였으니 내게 퇴사는 회사 생활에 지쳐서, 다른 회사에 가고 싶어서가 아닌 정말 나 자신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서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하는 과정이었다.

 

긴 고민을 끝내고, 퇴사를 한다고 말했을 때 대부분은 이직하냐고 물어본다. "아뇨, 혼자만의 시간을 좀 가져보려구요."라고 대답하면 부럽다, 용기있다하면서도 괜찮겠냐 하는 걱정을 한다. 그런 반응 속에 몇 명은 "엔팁님은 잘할 거에요. 누구보다 똑부러지고 열심히 사니까"라고 얘기해주는데 그 말에 참 용기와 감동을 많이 받았다. 함께 일을 했던 사람들이 나의 퇴사가 무모하지 않다고 말해주고 응원하는 건 생각보다 정말 힘이 많이 됐다. 

 

 

2. 글또 9기 활동 마무리

23년 12월 글또 9기 활동이 처음 시작했을 때의 감정은 참 오랜만에 느끼는 낯선 것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하고자 마음 먹었는데, 사실 3월까지는 혼자 할 수 있는 활동만 하며 소극적으로 임했다. 퇴사 고민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사라졌을 때라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태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게 두려웠고, 특히 자신의 일에 진심인 글또 사람들을 보며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데 혼자 위축됐었다. 꾸준히 글 쓰려고 시작했던 거니까, 글만 잘 제출해도 괜찮아하고 애써 합리화했지만 나도 알고 있다. 나는 사람이 너무 좋은데, 지금은 내가 떳떡하지 못해서 숨는 거란걸.

 

3월에 퇴사를 확정하고부터는 어떻게든 남은 글또 활동을 의미있게 마무리하고 싶어 이것저것 열심히 참여했다. 쑥스러워 피했던 커피챗도 해보고, 마침 뜬 데이터 반상회 활동 준비위도 신청하면서 몰아치듯 사람들을 만났다. 

 

결과적으로 정말 행복한 마무리였다. 고민했던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좋은 분들이었고, 대화는 나를 좀더 가다듬고 앞으로 나아갈 에너지를 줬다. 글을 썼던 것도 가치있었지만, 글또에서 만난 사람들은 무엇보다 값진 결과물이었다. 

 

글또 시작할 대 적었던 목표 Action Item

 

3번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1번과 2번은 막판에 달성할 수 있었다. 12번의 제출 기회 중에 10개의 글을 썼고, 처음 목표했던 추천시스템 관련은 아니지만 LLM에 대한 지식을 정리했다. 무()에서 시작한 글쓰기는 나름 나만의 스타일이 생겼지만,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면서 저렇게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부러움과 욕심도 들었고 SEO에 대한 고민도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글또 활동은 앞으로의 나를 계획할 때 정말 좋은 밑거름이 된 시간이었다.

 

 

3. 앞으로의 나

글또 9기를 마무리하며, 다음에는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글쓰기 실력을 더 갈고 닦고 싶다는 나름의 목표를 세웠다. 9기 활동이 벌써 끝난 것은 아쉽지만, 10기 활동을 오매불망 기다리며 나 자신을 더 정비할 생각이다. 

 

퇴사는 솔직히 아직은 실감나지 않는다. 퇴사하고 잠시 고향에 있는 동안 감기로 고생하며 퇴사보다는 휴가에 가까운 일상을 보냈기 때문인 듯하다. 서울에 다시 올라온 지금, 퇴사를 하고 싶었던 이유를 되새기며 이 시간을 소중하게 보낼 생각이다. 과연 다음 회고글을 쓸 때의 나는 아래 목표 중에 얼만큼 달성했을 까?

 

1) 데이터 과학자로서 지식을 보강하자.

일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경험말고, 이 일을 하면서 기본적으로 갖추면 좋을 수학, 통계, CS 등의 지식과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추천시스템과 LLM에 대한 지식을 더 쌓고 싶다. 공부한 내용은 블로그에 잘 정리해야지.

 

2) 투자 공부를 하자.

항상 회사 업무에 밀려있던 투자 공부를 해볼 생각이다. 적금, 예금에서 벗어나 투자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알고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투자 해보며 솔직히 돈을 불릴 준비를 하고 싶다.

 

3) 어플을 만들어 보자.

글또 시작했을 때부터 하고 싶었던 것인데, 간단한 어플을 만들어보고 싶다. 예전부터 기획했던 어플을 꼭 만들어봐야지.

 

4) 인스타툰을 그리자.

22년부터의 버킷리스트였던 인스타툰 그리기. 생각을 공유하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 꼭 내 이야기를 담은 인스타툰을 그려보고자 다짐했었는데, 그게 벌써 2년이 지났다. 나 자신을 돌아보며 가졌던 생각을 꼭 인스타툰에 기록해보려 한다.

 

시간은 항상 내가 예상한 것보다 빠르게 지나간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조금만 쉬었다 하자, 시간은 많잖아하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다. 백수 생활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항상 긴장감을 가지고 시간을 소중하게 써야지. 

 

 

그래도 조급해하지 말고, 하나씩 이루어가보자. 

화이팅 내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