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데싸
바다 보며 마무리 하는 2024년, 회고 본문
2024년의 마지막 날에 하는 회고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해가 넘어가는 시간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바다를 보며 작성하고 있다.
한 해가 얼마나 만족스러웠는지와는 별개로 내가 좋아하는 것에 둘러쌓여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체계적으로, 다른 사람도 영감을 얻을 수 있게 회고를 작성해보고 싶었지만 그냥 내가 생각나는 대로 써보기로 했다.
회고를 통해 반성도 하고, 칭찬도 하고, 2025년 의지도 불태워보자.
퇴사 후 삶에 대한 고찰
2024년이 끝나간다. 매년 시간이 빠르게 흐르지만, 퇴사를 하고 오롯이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보낸 올해가 유독 그랬다.
퇴사를 할 때의 난 열정이 가득했고, 사실은 올해 안에 취업이 될 거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어서 불안하지 않았다.
하지만 10월이 지나가자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취업이 안되자 불안해져서 이것저것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 모든 것은 내 의지, 내 계획, 내 시간에 달려 있으니 미룰 때까지 미루다가 스트레스만 가득 받아버렸다. 퇴사는 처음이라 의욕이 앞섰고, 의욕에 비해 실천력이 부족했다.
2024년에 스스로 점수를 매겨본다면 65점 정도다. 불만족스러운 이유는 가장 목표했던 이직을 못했기 때문이겠지. 취업에 대한 불안감이 항상 베이스로 깔려 있었기 때문에 2024년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던 게 아쉽다. 취업을 못했더라도 내가 무엇인가 이루었다고 생각하면 뿌듯할텐데, 솔직히 2024년에 무엇을 했는 가를 떠올렸을 때 기억에 남는 게 없다. 그래도 깨달은 점은 있다.
욕심 버리기
지금까지는 내가 노력이 부족해서, 게을러서 완성을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벌인 일이 많았던 거다. 해야 할 일이 많다면 그 안에서 우선순위를 매겨보자.
한 번에 하나씩 하기
욕심 버리기의 연장선인데 욕심과 불안함에 한 번에 너무 많은 일을 벌이면 어떤 것도 진척이 없다. 우선순위를 매기고 하나를 완성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습관을 들이자.
큰 목표 아래 작은 목표 세우기
월별 목표를 세우고는, 그 목표를 위해 하루를 보내는 게 아니라 그냥 생각나는 할 일을 했다. 월별 목표를 세우는 목적이 상실된 상태. 매일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었는데, 돌이켜보면 딱히 완성된 건 없었던 게 이런 이유였던 것 같다. 앞으로는 계획을 세우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그 계획을 달성하기 위한 세부 계획을 실천해보자.
변명하지 않기
나는 참 자기 합리화를 잘하는 성격이라 못하면 항상 이유가 있었다. 몸이 안 좋아서, 약속이 많아서, 다른 무엇인가를 했으니까, 등등.
그런데 그 이유의 결과가 스스로에 대한 불만족이라면 내년에 내가 해야 할 일은 '변명, 이유 만들지 않기'다.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가장 아쉬웠던 것은 목표가 뚜렷하지 않았고, 내가 책임질 일이 없었다는 것. 막연하게 꿈꾸었고, 책임의 대가는 온전히 나만 감당하면 되다 보니 늘어졌다. 앞으로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잡고 움직여보자.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 지를 내가 잘 알아야 한다.
퇴사 후 나의 생활에 대해 돌이켜봤을 때 떠오르는 아쉬움은 이 정도다. 그렇다고 아쉬운 점만 있었던 한 해였나? 아니다.
퇴사하고의 삶은 분명 행복했다.
글또로 가득 찼던 2024년 = 행복
나의 2024년은 글또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글또 덕분에 늘어지지 않았고,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2024년 글또 활동을 정리해보면, 몇 가지 기억에 남는 활동들이 있다.
글또에 용기를 얻게된 데이터 반상회
9기는 2023년 12월부터 시작했지만, 내가 본격적으로 글또에 푹 빠졌던 시기는 9기가 끝나갈 때쯤 진행한 2024년 5월의 데이터 반상회였다. 퇴사를 고민하는 중에는 자존감도, 체력도 많이 떨어져 글또 활동에 소극적으로 임했다. 하지만 글또가 끝나갈 때쯤, 그토록 바랐던 글또 활동을 이대로 끝내기 싫어 덜컥 데이터 반상회 준비위원회를 신청했다. 반상회를 통해 오프라인에서도 글또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글또가 더 좋아져 열심히 활동하고 싶어졌다. 남는 게 시간이라면 그 시간을 글또에 쓰겠다고 다짐하며 퇴고 모임, 10기 운영진까지 들어가며 그대로 10기 글또 슬랙에서 자주 보이는 사람 중 하나가 되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퇴고 모임
숙제 없는 퇴고 모임. 처음에는 정말 미리 글을 써가지 않아도 된다고? 그래도 뭐든 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으로 시작했지만, 이 모임은 정말 강박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운이 좋게도 정말 좋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었고, 이 모임 덕분에 글또 방학 동안에도 글을 꾸준히 쓸 수 있었다. 지금은 잠깐의 재정비 시간을 갖고 있지만 얼른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
글또에 더 진심으로 만들어준 운영진 활동
운영진 모집이 선착순이라는 게시글에 손을 벌벌 떨면서 신청했던 기억이 난다. 그 결과 마지막으로 운영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운영진을 안 했더라도 내가 이만큼 글또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었을까? 사실 그럴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운영진이라는 타이틀이 슬랙에 더 자주 들어가게 하고 글또에 애정을 더 담게 된 건 분명하다. 콘텐츠 크루의 일원으로서 글또 블로그에 올라갈 양질의 글을 쓰겠다는 책임감이 나를 한 단계 더 성장시켰다. 내가 직접 인터뷰하고 쓴 글을 PR하고 머지까지 했던 그 순간이 사소하지만 굉장히 뿌듯해 기억에 남는다.
세상 따뜻한 쓸모또
퇴고 모임원이셨던 동민님이 만드신 쓸모또(쓸만한 10분 모각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사실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에 들어가지 않다가 11월부터 들어갔다. 글또도 따뜻한 모임이지만, 쓸모또는 정말 동물의 숲 같다. 따뜻하게 인사해주고, 서로의 안부를 물어주고. 따뜻한 분위기로 사람들의 글쓰기에 대한 저항감을 없애고 싶다는 모임장님의 전략이 기가 막히게 맞아 들었다. 덕분에 글의 완성도도 더 올라가고, 꾸준히 쓰면서 밀릴 걱정도 없어졌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출석을 하고 싶어지는 소모임
사이드 프로젝트, 이글
글또 커뮤니티 리텐션을 위한 사이드 프로젝트. 운이 좋게도 성윤님과 일할 기회를 얻어 정말정말 감사하다.🙏 회사를 다니며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업무랑 분석가 업무도 같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했던 건 분석 축에도 못 끼는구나를 깨닫고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 분석을 대하는 마인드부터 빅쿼리, 스프레드시트 등을 배우고 있는 중. 글또가 마무리될 때까지 가장 집중해서 하고 싶은 프로젝트다. 연말 핑계로 집중을 못했으니 내년에는 보다 열심히 임해야지.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13번의 커피챗
사실 퇴사하고 여행을 다니거나 하진 않았는데, 글또에서 사람들과 정말 열심히 놀았던 것 같다. 개인적인 커피챗도 많이 했지만 특히 소모임에서 많이 만났다. 가장 좋아하는 취미인 방탈출도 같이 하고, 오프라인 크라임씬도 처음 해보고, 신나게 레이저 서바이벌도 하고, 다같이 모여서 그림도 그려보고. 개인적으로 궁금한 분들에게 커피챗도 하면서 직무에 대한 공감도 하고 인사이트도 많이 얻었다. 2024년이 끝나가면서, 조금 아쉬운 점은 한 번의 만남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꾸준히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하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을 한다. 2025년에는 맺어진 인연을 좀더 이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해봐야겠다.
캘린더를 보면 외부 일정의 80%는 글또였다. 최근에는 커피챗 후기에 유난히 이름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아 살짝 부끄러운데 (부끄러울 일은 아니지만 어쩐지 민망) 그래도 글또 덕분에 퇴사하고도 외롭지 않게 2024년을 보낼 수 있어 행복했다.
2024년에 알게 된 나 자신
퇴사를 하고 자유와 여유를 얻었다. 하루하루, 혹은 회사 일에 집중했던 것과 다르게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나는 어떤 이미지의 사람일까?
즐겨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에는 다양한 이미지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게임을 하면서 문득, 나는 어떤 캐릭터일까하는 의문이 생겼다. 소설이든 게임이든 캐릭터는 제작자가 설정한 그대로 사용자에게 보여지는데, 나는 과연 어떻게 보여지고 있을까가 궁금해졌다. 그렇게 곰곰히 생각해 보니 나는 바라는 이미지와 실제 이미지 사이에 간극이 있는 듯 했다.
내가 바라는 이미지는 '발랄하고 밝은' 이미지. 나를 만나는 사람들이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나온 이미지였다. 하지만 최근 만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본 나의 이미지와 인상은 '차분함'에 가까웠다. 바라는 것과 실제 이미지에 대한 차이에서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최근에는 자신을 돌아보면서 굳이 안 맞는 옷을 입으려 애쓰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진짜 바라는 것이 함께 하는 사람들의 즐거움이라면 그게 꼭 밝은 사람이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대신 차분하면서 상대를 편안하게 하는 소통 방식을 더 연구해보려 한다.
새롭게 좋아진 것들, 하고 싶은 것들
원래도 추리 게임을 좋아하긴 했지만, 글또에서 크라임씬을 신나게 하면서 나 이런 거 좋아하구나 새삼 느꼈다. 추리보다 연기에 진심이었던 것 같은데... 연극이나 성우 클래스도 들어보고 싶다. 책을 조금씩 읽기 시작했고, 사진 찍는 데 관심이 생겼다. 내년에는 좀더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게 새롭게 좋아진 것들을 더 시도해보자.
P이지만 내년에는 J가 되어야 할 것 같아
MBTI에서 유일하게 왔다 갔다하는 요소가 P와 J이다. 계획 세우는 건 좋아하지만 지키지 않아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편이라 P는 맞는 것 같지만, 내년에는 자신이 세운 계획에 좀 더 책임감을 느껴볼까 한다. 내 욕심만큼 성실하게 살려면 J로 살아야 할 것 같다. 계획에 대한 강박은 갖지 않되 계획을 세우고 아예 다른 길로 빠져 버리는 건 지향하기!
혼자는 싫고, 팀플이 좋아
프리랜서가 꿈이었는데, 그 꿈은 당분간 접어둬야 할 것 같다. 내 일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혼자 일하기엔 내적 동기부여가 부족하다. 나는 스스로 동기부여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자극받고 열심히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어렴풋이 생각만 하는 것과 글로 적는 건 분명히 다르다. 퇴사를 한 덕분에 2024년에는 막연하게 알아오던 나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단순히 사실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발견한 사실들을 바탕으로 앞으로 어떻게 할 지가 더 중요하겠지.
2025년을 맞이하며
올해를 어떻게 보냈든 새해가 다가오면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진다. 하지만 2024년을 회고하면서 느낀 건, 너무 많은 것에 욕심을 부리면 안된다는 것. 다른 분의 회고글에서 봤던 '과감히 끊어내야 할 것'부터 생각해보고 이후에 유지해야 할 것, 새롭게 해보고 싶은 것을 구분해서 생각해보려 한다.
과감히 끊어내야 할 것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게임과 웹툰. 엄청 많이 한 건 아니지만 12월에 갑자기 동물의 숲에 빠져서 새벽에도 붙잡고 하다가 루틴이 망가졌다. 웹툰도 마찬가지. 차라리 몰아서 행복을 느끼더라도 매일매일 하는 행위는 분명 끊어내야 한다.
그리고 너무 많은 약속 잡지 않는 것. 사실 여전히 사람 만나는 게 좋지만 취준생일 때는 나의 목표를 위해 집중하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2025년에는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기 보다는 한 번이라도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약속을 잡고, 내 시간을 확보하는 걸 목표로 하자!
유지하고 싶은 것
수학 공부와 글쓰기. 솔직히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하면서 우선순위는 아니었지만,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는 수학 기초가 분명 필요한 것 같다. 단순히 암기가 아니라 내 것으로 체화시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더 고민해보겠지만 수학 공부를 꾸준히 했던 것은 유지하고 싶다.
글쓰기도 글또 하면서 잠깐의 활동이 아니라 꾸준히 나의 블로그를 키워가고 내용을 채워가기 위해 유지하고 싶다. (깃허브 블로그로 옮겨 새단장 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지만 대공사가 될 것 같아 미뤄두고 있다.)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것
오랜만에 독서가 하고 싶어졌다. 사실 지금까지 독서는 잔소리이자 숙제였다. 마음으로 필요성을 느끼는 게 아니라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해야 하는 것 정도. 그런데 퇴사를 하고 부터는 독서로 경험의 범위를 넓혀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Needs에서 Wants가 된 첫 번째 목표가 독서. 그러던 차에 예전부터 눈여겨 봤던 독서 모임의 신규 모집 글이 올라와 냉큼 들어갔다.
대학원을 갈 것 같다. 사실 주변에 대학원에 대해 물어보면서, 굳이 대학원 가지 않아도 취업할 수 있다- 등등 이야기를 들어서 가지 말까 고민했지만, 계속 마음에 남아 있는 걸 보면 대학원에 가야 해결될 일 같다. 교정도 할까 말까 하다가 포기하고는 결국 3년 뒤에 시작했던 것처럼, 나는 마음에 남아 있으면 언젠가는 하는 성격이라 결심이 섰을 때 빠르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아직 학과나 학교를 정하진 않았지만 1월에는 구체적으로 목표를 세우고 준비할 예정이다.
생각하다보면 더 나오겠지만, 가장 먼저 떠오른 이것들이 나의 우선순위라 생각한다. 구체적인 계획은 내일 새로운 해를 보고, 의지를 다진 뒤 또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작성해보려 한다.
나라에 안타까운 소식들이 많아 슬프지만, 새로운 해가 뜨는 2025년에는 보다 따뜻하고 행복한 소식이 많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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