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데싸
또 하나의 전환점, 글또를 마치다. 본문
글또 10기의 마지막 공식 회차가 오늘로써 끝난다. 6개월이 이렇게 빠르게 지나갔다는 것도, 이제 끝이라는 사실도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쉬움이나 슬픔보다 먼저 든 감정은 ‘이게 진짜인가?’ 싶은 얼떨떨함이었다.
아직은 글또를 온전히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비록 공식 일정은 끝났지만 그동안 쌓아온 시간과 경험은 내 안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일까. 나조차도 모르겠는 지금의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글또를 처음 시작했던 9기부터 하나씩 정리해보기로 했다.
글또 9기 : 시작은 작은 클릭 하나에서
글또의 존재는 우연히 읽은 블로그 글에서 처음 알게 됐다. 대학원을 고민하던 중 이수진님의 블로그 글을 읽게 되고, 글에 빠져들어 다른 글을 읽어보다 글또 관련 회고글을 읽었다. 이런 좋은 커뮤니티가 있다고? 들떠서 찾아봤는데 이미 8기가 시작된 후였다. 신청을 해두면 새로운 기수가 시작할 때 메일을 보내드린다는 공지에 냉큼 신청하고는 하루하루 새로운 기수가 열리길 기다렸던 것 같다.
그 때의 나는 데이터 과학자로 2년쯤 되던 시기였는데, 한참 성장에 대한 갈망이 클 때였다. 나혼자도 블로그는 쓸 수 있지! 하면서 티스토리를 만들고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3개쯤 적었을 때였나, 동기부여가 약해져서는 금세 그만뒀다. 그리고는 퇴사 고민이 시작되면서 현생에 치여 잠시 글또를 잊고 있을 때쯤 9기를 모집한다는 알림이 왔다. 잔뜩 긴장하며 신청서를 작성했던 기억이 난다. 삶의 지도도 고민해서 쓰고, 신청 완료하고는 언제 소식이 올까 오매불망 기다렸다. 결과 메일이 왔을 때는 면접 결과 확인하듯 콩닥콩닥 심장이 뛰었고, 합격 메일을 봤을 때는 근래 있었던 일 중 가장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움츠러들던 9기 초반
당시 나는 프로젝트 마무리 단계에 있었고, 회사 경영 이슈로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정신없는 나날 속에서 '삶의 지도'를 어떻게든 잘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시간마다 혼자 카페에 가 앉아 나를 돌아보려 애썼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기만 했다. ‘이걸 잘 써야 뽑힐 텐데’ 하는 부담도 컸다. (10기 운영진이 되어보니, 진심이 담긴 글이면 충분하다는 걸 이제는 안다.)
합격 메일을 받고,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슬랙에 초대되었을 때는 설렘과 부담이 동시에 밀려왔다. 자기소개를 올려야 하는데,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는 마음. 당시는 퇴사를 할지 말지 큰 고민을 하고 있었고, 회사 내부의 혼란도 더해지면서 내 마음은 점점 더 움츠러들었다. 비교하지 않으려 해도 자꾸 다른 사람들과 나의 상황을 비교하게 되었고, 그럴수록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어졌다.
돌이켜보면 나는 온라인에서의 관계 맺음에 약간의 공포가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대화를 할 때 표정이나 몸짓 같은 비언어적인 힌트에 민감한 편인데, 온라인에서는 그런 정보가 없다 보니 혹시 말실수를 하진 않을까,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상처 주진 않을까 늘 조심스러웠다. 내가 무언가를 올렸는데 아무도 반응해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분명히 있었다.
그래서 글또 9기 중반까지 활동은 거의 하지 못했다. 모닝또에는 초반에 열심히 참여했지만, 점점 기상 시간이 늦어지고 마음이 늘어지면서 인증을 하지 않게 됐다. 바빠서라기보단 마음의 여유가 부족했다. 스스로에게 당당하지 못하니 커뮤니티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나의 민낯을 드러내는 일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글또에 빠진 순간
전환점은 ‘데이터 반상회 준비위’였다. 아마도 3월쯤, 퇴사를 결심하고 회사에도 이야기를 전한 직후였던 것 같다. 오랫동안 끌던 고민이 정리되자 마음이 가벼워졌고, 비로소 글또를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커뮤니티 활동을 꺼렸던 이유가 ‘시간’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였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됐다. 준비위 모집 글을 보고 몇 번이고 신청 버튼 앞에서 망설였지만 결국엔 도전했고, 그게 글또에서 가장 잘한 첫 번째 선택이었다.
네트워킹 조에 참여하며 처음으로 이벤트 기획을 해보고,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내가 커뮤니티 안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간다는 감각을 느꼈다. 반상회 당일, 내가 참여한 일로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일은 예상보다 훨씬 더 큰 성취감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에 ‘내가 누군가의 행복에 기여했다’는 확신이 생긴 순간이었다. 모두가 글또에 빠진 순간이 있을텐데, 나에겐 그 순간이 바로 데이터 반상회 준비위였다.
10기, 커뮤니티의 안쪽으로
데이터 반상회 준비위를 기점으로 9기의 마지막을 불태웠다. 글쓰기 회고 세션도 신청하고, 개인적으로 커피챗도 신청해보고, 퇴고 모임도 신청했다. 그러다 9기가 끝났고, 10기가 다가오기까지 '방학'이 생겼다. 글또에서의 글 퇴고 모임을 하며 글또 방학을 보내고 있었는데, 또 하나의 전환점 이벤트가 발생한다. 바로 글또 10기 운영진 모집.
아직도 기억난다. 정기 퇴고모임을 하고 마무리하는 시간이었는데 운영진 모집글이 올라왔고, 내가 확인했을 때는 이미 많은 분들이 지원해 거의 마감된 순간이었다. 함께 대화하던 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 와중에 성심성의껏 내용을 작성해서 신청을 했는데 아뿔싸- 간발의 차이로 제한 인원에 못 들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라고 포기하려는데, 성윤님이 마지막 신청 시간과 차이가 거의 나지 않으니 나까지 운영진으로 받아주신다는 댓글을 달아주셨고, 그 순간 날아갈 듯 기뻐했다. 글또에서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던만큼, 이 좋은 커뮤니티의 중심에 들어가 함께 운영해보고 싶었다.
다른 크루는 모두 자리가 차서 콘텐츠 크루로 들어가게 됐다. 처음엔 내가 콘텐츠를 잘 만들 수 있을까, 걱정이 들었지만 일단 해보기로 했다. 어떤 역할이든 내가 애정하는 글또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으니까.
최선을 다해 즐겼던 글또 10기
글또 10기는 9기 때와는 전혀 다른 마음으로 시작했다. 시간적인 여유도, 마음의 여유도 조금은 더 갖춘 채였다. 10기를 시작할 때는 3가지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 작성하진 않았지만 추가로 '큐레이션 선정되기'도 비밀스러운 목표였다. 과연 이 목표들은 모두 달성했을까?

운영진 활동
사실 운영진 활동이라고 거창하게 뭔가 한 기억은 없다. 글또 블로그에 올라갈 글을 쓰긴 했지만, 쓰고 싶은 주제로 쓰고 싶을 때 썼던 거라 부담보다는 그저 즐거움이었던 것 같다. 오히려 운영진 활동을 하며 글또가 체계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어서 즐겁고 감사했던 기억이 가득하다. 글또 9기 때 막연하게 좋게 느꼈던 것들이 성윤님과 다른 운영진분들의 많은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는 걸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 운영진 MT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운영진 MT를 다녀왔다. 바로 다음 날 인적성 시험이 예정되어 있어 잠시 망설이기도 했지만, 시험은 다시 볼 수 있어도 글또 MT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참석했다. 다음 날 새벽 6시에 가평에서 출발해 집에 도착하자마자 쪽잠 자고 시험을 봤고,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후회는 없었다. 서바이벌, 바베큐, 마피아, 대화 모든 게 즐거워서 하루가 금방 갔다. 짧은 시간동안 모든 분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태도만으로도 '멋진 사람들이 모였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때 운영진 분들과 꼭 커피챗을 해보자는 목표를 추가적으로 세웠다.
# 콘텐츠 크루
처음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우왕좌왕 했는데 성윤님의 명쾌한 교통정리로 콘텐츠 크루원으로써 글또 블로그에 올라갈 글을 작성하기만 하면 됐었다. 이참에 내가 평소에 쓰지 않는 글 스타일로 써보자하고 설렜던 것 같다. 평소에는 다소 딱딱한 느낌으로 글을 쓰는데, 글또 블로그에서는 발랄하고 편안한 느낌의 자아를 설정하고 글을 작성해보려 했다. (의도가 전달되었을진 모르겠지만)
처음으로 작성했던 글은 큐레이션 크루의 임지훈님과 정종윤님을 인터뷰 한 글이었다. 순전히 큐레이션에 선정되고 싶다는 나의 욕망에서 시작된 인터뷰인데, 의도했던 것보다 더 많은 걸 얻었다. 두 분의 글, 그리고 큐레이션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의 글쓰기를 돌아봤던 것 같다. 그 때 느꼈던 감정을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전달되었으면 해서 고민도 수정도 많이 했는데, 술술 읽혔다는 이야길 듣고 정말 기뻤다. 사실 Git 알러지(?)가 있을 때였는데, 마크다운 글쓰기도, PR도, Merge도 직접 해보면서 많이 극복했다. 내게 Merge 권한이 있는지 모르고 있다가, 직접 Merge하고 블로그에 정상적으로 글이 올라간 것을 확인했을 때 꽤나 짜릿했던 것 같다. 어려운 건 아니었지만, 내 마음속 저항을 하나 극복한 기분.
두 번째 작성했던 글은 글 관련 소모임을 운영하는 세 분의 사장님들을 인터뷰 한 글이었다. 큐레이션 크루분들을 인터뷰할 때와 마찬가지로 세 분의 글쓰기 철학을 들으면서 나의 글쓰기를 돌아봤고, 더 열심히 글을 쓰고 싶다는 동기부여를 얻었다. 중간에 다른 일로 바쁜 바람에 인터뷰를 한 시기에 비해 너무 늦게 글을 업로드해버렸지만, 많은 사람들이 재밌게 읽었다는 후기를 남겨주신 덕분에 무척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원래는 10기 동안 글또 콘텐츠를 3개 이상 작성해보는 게 목표였는데 아쉽게 2개에서 그쳤다. 인터뷰도 하고, 수정도 하고, 피드백도 받고 하다 보니 하나를 완성하는 데 꽤 시간이 걸리기도 했고, 내 글과 글또 글을 따로 작성하는 게 사실 쉽진 않았던 것 같다. 성윤님이 글또 블로그 글도 제출로 인정해주시겠다 했지만, 내 블로그 글도 쓰고 싶단 욕심으로 그 기회를 사용하진 않았다. 공식 10기 제출은 끝났지만 앞으로 1-2개 정도 더 글또 블로그에 글을 작성해보려 한다. 인터뷰를 하면서 이게 내 천직인가 할 정도로 즐거웠던터라, 앞으로의 글도 궁금했던 분들의 인터뷰 글이 될 것 같다.
# 프로젝트 이글
'글또를 데이터로 분석해보고 리텐션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요인을 탐색해보자'
성윤님이 올리신 글에서 시작한 이글 프로젝트는, 그 어디서도 쉽게 할 수 없는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 단순한 데이터 분석을 넘어, 내가 애정을 가지고 있는 공간을 더 깊이 이해해보는 시간.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되었고, 어느새 이 프로젝트가 글또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되어 있었다. 함께한 팀원들도 너무나 든든했다. 롤모델이기도 한 성윤님의 날카로운 피드백과, 배울 점이 넘쳤던 두 해인님과 함께 했기에 가능했던 프로젝트였다. 분석하는 관점과 깊이, 그리고 결과를 전하는 방식까지 — 그 모든 과정에서 배움이 있었다.
퇴사를 하고 함께 일하는 감각을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프로젝트 이글 덕분에 얼른 회사에 들어가서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앞으로도 계속 데이터 분석을 하고 싶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최근 들어 가장 몰입했던 시간이자 가장 많이 성장한 시간. 이 프로젝트가 내 커리어와 글쓰기, 그리고 ‘커뮤니티’라는 단어를 바라보는 시선을 모두 바꿔놓았다.
소모임 & 스터디
지금 슬랙창을 보면 소모임들이 가득하다. 소모임 홍보글이 올라올 때마다 어찌나 다 재밌고 유익해보이는지, 9기에 비하면 훨씬 많은 소모임에 들어갔다. 중간부터는 여러 개의 소모임보다 한 두가지에 집중하자고 해서 많이 활동하진 않았지만, 소모임은 글또에서 즐길 수 있는 가장 재미있는 채널 중 하나였다. 그 중 가장 오랫동안 활동했던 몇 개의 활동만 정리해보았다.
# 방탈출_크라임씬_보드게임
회사를 다닐 때는 방탈출 소모임까지 만들 정도로 빠져 살았는데, 아무래도 퇴사 후에는 많이는 못했다. 그 와중에 은찬님이 관련 소모임을 만들어주셨고, 누구보다 빠르게 들어가 지금까지 했던 방탈출을 정리한 글도 공유하면서 적극적으로 임했다. (끝나고보니 이 채널에서 방탈출을 한 적이 없다는 건 안 비밀...)
이 소모임 덕분에 버킷리스트였던 크라임씬을 해볼 수 있었다. 그 뒤로 글또에서만 오프라인 크라임씬을 5번 정도하면서 사람들과 연기도 하고 추리도 하면서 크라임씬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단체로 레이저 게임도 하고, 마피아 게임도 해보면서 덕분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퇴사하고도 알차게 즐길 수 있었다. 나와 취미가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노는 것이 꿈이었는데 글또 덕분에 즐겁게 소원풀이할 수 있었다. 슬랙이 열려있는 동안 마저 알차게 즐길 생각이다.
# 쓸모또 (쓸만한 모각글 10분)
쓸모또는 퇴고 모임을 함께 했던 동민님이 만드신 꾸준한 글쓰기 습관 형성을 위한 소모임이다. 9시부터 10시까지 글쓰기 시간을 확보해서 마감일에 쫓겨 글을 제출하지 않고 글을 즐겁게 작성하는 것이 모임의 목표였다. 처음 동민님이 소모임 기획을 이야기해주셨을 때는 매일 글을 쓸 자신이 없어서 미뤘지만, 다시 글을 열심히 쓰고 싶다는 생각에 5회차쯤부터 들어갔다. 쓸모또는 모두가 서로를 응원하는 즐거운 분위기가 잘 만들어진 소모임이다. 덕분에 글도 꾸준히 쓰고 온라인에서 만나며 내적 친밀감을 쌓은 분들이 생겼다. 쓸모또가 아니었다면 마감일에 닥쳐서 글을 쓰는 경우가 더 많았을 것 같다. (이번주에 출석을 못했더니 지금 마감일에 쫓겨서 회고를 쓰고 있다. 안 가니 느껴지는 쓸모또의 소중함...)
# 다진마늘
OT 때 성윤님이 언급하셨던 다진마늘. 이름만 들었을 땐 도통 무슨 소모임인지 모르겠어서 궁금했는데, '의지를 다지는' 소모임이었다. 신박한 네이밍에 감탄하며 가장 먼저 들어갔던 소모임이다. 하루 목표를 적고, 서로의 목표를 공유하고 응원해주는 마찬가지로 따뜻한 분위기의 소모임. 중간부터는 To-Do 앱처럼 활용하긴 했지만, 덕분에 극한의 P가 조금은 계획적으로 살 수 있었다. 처음으로 단체 커피챗도 열어보고, 다진마늴또라는 오프라인 모임에서 마니또도 해보고. 여러모로 즐거운 이벤트들이 많았던 소모임이다.
# 선형대수 스터디
퇴사하고 내 마음 속의 과제 1순위 선형대수. 다진마늘에 적어둔 선형대수 강의 듣기라는 항목을 보고 연락주신 성율님이 선형대수 스터디를 만드신다길래 냉큼 참여했다. 덕분에 사놓고 미루기만 하던 강의를 한 바퀴 돌릴 수 있었다. 바쁜 현대인들의 스터디라 종종 미뤄지기도 했지만, 누구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완강을 할 수 있었다. 여전히 '선형대수 잘 압니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개념은 살짝 자리 잡혔다.
# 독서모임
2025년 새해 목표는 독서였다. 사실 독서는 선택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서 해야지 하면서도 미루기만 했는데 올해는 가장 큰 목표가 돼서 한참 의지를 불태우고 있을 때 채정님의 독서모임 모집글이 올라왔다. 가장 첫 번째로 댓글을 달았는데, 그 뒤로 선착순 경쟁이 치열한 걸 보고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워낙 독서를 안 하던 사람이라 내가 참여해도 괜찮을까 걱정했지만 정말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모임에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각자 독서모임에서 읽고 싶은 책을 최대 3권까지 들고와 서로 왜 읽고 싶은지 공유하고, 6개월 동안 읽을 책을 투표하는 방식으로 책이 결정되었다. 다들 자신이 읽고 싶은 책에 대해 반짝반짝 빛을 내며 소개하는데 뭔가 멋졌다. 덕분에 장바구니가 가득해졌다. 지금까지 1번의 OT, 2번의 독서모임을 진행했는데 찰떡같이 잘 읽히던 책도 있었고, 내 생각과는 달라 읽기 어려운 책도 있었다. 이게 독서모임의 매력인가 싶다. 혼자 읽었다면 중도 포기했을 책을 끝까지 읽고, 그 과정에서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덕분에 한 달에 한 권씩은 책을 읽고 있다. 이번 기회로 책을 더 많이 읽고 싶다는 니즈가 생겼지만, 아직은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두고 있다.
나를 성장시킨 30번의 커피챗
회고글을 적기 위해 커피챗 내역을 확인했는데, 30번이라는 숫자에 스스로도 놀랐다. 1:1 커피챗은 4번 정도였고, 나머지는 모두 스터디나 액티비티 모임, 이미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의 모임이었다. 사실 중간부터는 너무 놀았던 것 같기도 하고, 취업 준비한다고 하면서 커피챗 인증 후기에 너무 많이 올라오는 것이 창피해 조금 커피챗을 줄이긴 했는데 완전히 줄이지는 못했다. 그래도 글또 사람들을 만나고 오면 항상 좋은 에너지가 가득했기에 후회는 없다.
글또가 끝나가는 지금의 과제는 내가 만났던 사람들과 앞으로도 인연을 이어가는 것! 소중한 인연을 흘려보내고 싶지 않으니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다가가보려 한다. 추가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지만 용기를 못 냈던 분들에게 개인적인 커피챗을 요청해보려고 한다.
No Pass - 12회차 글쓰기 완주
9기 때도 패스 안 쓰기를 목표로 했었지만, 결국 2번 모두 썼는데 이번에는 달성했다. 초반에는 위기가 없었는데 3월부터 위기가 많았다. 썩 만족스럽지 않은 퀄리티의 글을 제출한 것도 모두 3월... 그래도 무사히 제출했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2주에 한 번 글쓰기 보다는, 일주일에 한 번 썼다가 3주에 한 번 썼다가 하는 다소 간격이 넓은 글쓰기를 했지만 그래도 내 블로그는 차곡차곡 글이 쌓여갔다. 최근 9기 때 작성한 글을 퇴고하려 다시 봤는데, 새삼 글 작성 스타일이 많이 안정된 게 느껴졌다. 재밌는 건, 9기 때는 그 글도 만족스러웠다는 사실. '혹시 큐레이션 되지 않을까?'하면서 제출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 보면 무모한 자신감이었다. 9기 때와 비교하면 글을 작성할 때의 마음도 많이 다르다. 내가 공부한 걸 정리하는 목적이었기 때문에 글을 읽을 사람을 크게 신경쓰진 않았는데, 10기 때는 '입문자도 알기 쉬운'이라는 목적을 갖고 글을 쓰려 노력했다.
10기 활동을 하면서 총 13개의 글을 썼는데, 그 중에서도 'Transforemr, 도대체 그게 뭔데' 시리즈가 기억에 남는다. Attention부터 Transformer 동작 구조까지 3편으로 나눠 정리했는데, 1편 작성할 때까지만 해도 즐거웠지만 중반부터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글 제출에 급급해 만족스럽지 않은 퀄리티로 글을 완성한다는 느낌에 3편은 1월쯤 제출하려다 결국 킵하고는 다른 글을 제출했다. 트랜스포머를 이해하기 위한 글인데, 제출에 쫓기니 정보나열식으로 작성된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때쯤 글태기(글쓰기 권태기)를 겪었던 것 같다. 그러다 쓸모또에 가서 그 자리에서 5시간 정도 글을 작성해 3편을 완성하면서 다시 글쓰기가 재밌어졌다. 여러모로 감사한 소모임이다.
큐레이션 크루 인터뷰를 통해 시리즈글은 큐레이션에 안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3편은 정말 가볍게 10포인트라도 더 받자는 생각으로 큐레이션에 신청했다. 그런데 큐레이션에 선정됐다. 슬랙에서도 기뻐하긴 했는데, 사실 집에선 소리도 질렀다. (ㅋㅋ) 고민도 많고, 정성도 많이 들였던 글이라 더 기뻤던 것 같다. 큐레이션이 되고 싶어서 인터뷰도 열심히 했는데, 워낙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많아 반쯤 포기하고 있을 때 선정되었더니 그 무엇보다 기쁨이 컸던 것 같다. 공교롭게도 큐레이션에 선정되고부터는 다른 일들 때문에 글쓰기에 집중을 못했는데 4월부터는 다시 좋은 글을 쓰려 노력해볼 예정이다.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글을 쓰고, 커피챗을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아주 조금씩 성장해왔다. 처음에는 커뮤니티 안에서 눈치만 보던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내가 먼저 대화를 걸고, 스스로 참여의 의미를 찾아가는 사람이 되었다.
글또를 시작하기 전과, 시작한 후의 나는 스스로 생각해도 많이 다르다. 이렇게까지 좋은 영향을 줄거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따뜻한 커뮤니티를 경험하며 내 인생 처음으로 '따뜻한 사람되기'를 목표로 세우게 되었다. 글또가 끝난다는 건 너무나 아쉽고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끝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렇게 열심히 참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글또가 끝났다고 해서, 이 여정이 끝난 건 아니다. 슬랙도 5월까지는 유지가 될 거고, 글 제출도 계속 할 수 있다. 5월이 지나면 슬랙은 조용해질지 모르지만, 그 안에서 만들었던 연결과 감정은 계속 이어질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이제 안다. 지금까지 내가 쌓아왔던 시간은 사라지지 않고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성윤님은 글또를 따뜻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하셨다. 나는 그 따뜻함에 반했고, 나도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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