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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키워드, 도전과 과정

엔팁 2025. 12. 21. 23:02

 

 

회고를 하는 마음

벌써 2025년이 끝나간다. 한 해가 빠르다는 건 매 회고 때마다 말하는 것 같다.

작년이 변화를 위해 몸을 한껏 움츠린 상태였다면, 올해는 하나씩 다리를 뻗었던 해였다. 

유독 빠르게 지나갔던 해인 것 같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시도해보고 이뤄냈던 한 해였기에 기억에 많이 남을 해이다.

 

올해의 회고는 최대한 거품을 빼보고 솔직한 생각을 남겨보려 한다. 작년의 회고는 솔직히 누군가 내 글을 읽을 거란 생각에 다소 힘이 들어가있었다. 최근에 글도, 말도 힘을 줘서 해야 하는 일이 많았기에 회고만큼은 힘을 빼보자.

 

우선, 회고는 왜 하는 걸까? 회고, 돌아보고 생각하다. 한 해를 돌아보고 생각하면서 나는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 걸까.

그건 앞으로 잘 살기 위한 것일수도 있고, 과거를 정리해서 내 안에 쌓는 과정일수도 있다. 

솔직히 회고를 포함해서 과거를 돌아보는 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현재는 그저 현재로서 가치를 가질 뿐이라 믿었기에 현실에 충실하려고 했고, 미래는 순간순간의 현재가 모여 만들어지는 것이라 생각하고 살았다.

 

하지만 최근에 돌아보지 않는 과거는 쉽게 잊혀진다는 것을 느끼고는, 생각과 감정이라도 글로 남기고 싶어졌다.

 

 

2025년 테마: 취업과 독서

올해는 최대한 단순한 목표를 세우려고 했다. 하고 싶은 게 많은만큼 항상 많은 계획 혹은 할 일들을 만들었는데 2025년을 시작할 때는 가장 중요한 목표만 2개를 세우기로 했었다. 새해 목표 글에도 나와있지만 바로 '취업'과 '독서'.

 

첫 번째 테마인 취업은 예상과는 다른 방향이지만 어쨋든 달성했다. 부트캠프 강사로서 일한지 벌써 10개월이 넘었다. 처음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최대한 수강생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이것저것 시도하고 연구했다.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검증했고, 지식 외에 이 직무를 하며 경험했던 것을 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했다.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조금씩 성장하는 수강생들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나 역시도 그와 동시에 성장하는 것 같아 즐거웠다.

 

2월부터 6월까지는 처음 시작한 강사일에 집중했지만, 사실 여름에는 꽤 오랜 슬럼프를 겪었다. 일이 즐거우면서도 결국 이 업계에서 내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하는 근본적인 걱정이 늘 따라왔고, 회사에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함이 온몸을 휘감았다.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고 있지만 어디를 바라보고 움직여야 할지 모르는 상황은 꼭 망망대해에 놓여진 것 같았다. 

 

망망대해에 놓여진 기분은 작년 퇴사하고 한참 쫓기듯 취업을 준비할 때도 느꼈던 감정이다. 결국 원인은 그때도, 이번에도 '명확한 목표의 부재'였다. 다행히 정말 감사한 주변분들의 도움으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8월에는 취업 스터디를 시작했고, 혼자 할 때는 1건의 서류합격도 힘들었는데 덕분에 9-10월에는 꽤 많은 곳에서 면접을 볼 수 있었다. 

 

면접을 모두 보고 느꼈던 것은 내가 가진 강점의 방향성과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강점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마지막 회사에서 받은 피드백이 딱 그랬다. 나는 IT 컨설팅 회사를 다니며 다양한 결의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강사를 하면서 AI 분야의 지식을 넓게 쌓았다. 하지만 회사에서 필요한 건 도메인을 깊게 파고든 경험이 있는 경력자였다. 우리의 문제를 얼마나 깊게 다각도로 파고들 수 있나요? 모든 회사의 공통적인 면접 맥락이었다.

 

면접 분위기 자체가 나쁘지 않았음에도 떨어진 것에는 아마 이 이유가 가장 컸을 것이다.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다시 감을 잡을 수 있었지만, 나는 잠시 회사 취업을 멈추는 것을 선택했다. 그럴듯한 이유는 '깊게 파고들 만큼 관심있는 도메인을 선택하지 못해서'였고, 솔직한 마음으론 '하고 싶은 것을 해보기 위해'서다. 이 마음은 두 번째 테마인 독서에서 시작됐다.

 

수많은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 중에서 독서를 선택한 건 내 세계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었다. 적당히 똑똑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나는 독서를 선택적인 취미 정도로만 느꼈었다. 하지만 오만한 사람의 세계는 점점 볼 수 있는 것만 보게 만들었고, 사고가 단순해지고 언어가 제한적으로 변해갔다. 이야기를 꿈꾸는 사람에겐 치명적인 상황이었다.

 

그래서 독서를 선택이 아닌 필수, 가장 높은 우선순위로 단숨에 끌어올렸다. 혼자서는 끝없이 나태해질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알기에 당장 독서모임을 가입했고, 5월에는 새로운 모임에 가입해 2개의 독서모임을 하며 책을 읽었다. 두 독서모임의 스타일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책을 읽고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함께 공유하며 같은 책을 보고도 다양한 시선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두 번째 독서모임은 책을 읽고 각자 인상 깊었던 구절에서 질문을 만들고, 그에 대한 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종종 '미래'에 대한 질문이 나오곤 했다. 5년 뒤의 나, 혹은 언젠가의 나, 행복을 위해 하고 싶은 것 등등 그럴 때마다 나는 '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적었다. 그것이 어떤 형태든, 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사람들이 기뻐하는 것을 보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었다.

 

하지만 올곧은 꿈에 비해 막상 현실의 내가 하는 것은 거의 없었다. 꿈은 꿈인채로 남겨놔야 실패하지 않으니까, 라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많은 준비를 해야 시작할 수 있고, 지금은 우선 내가 하는 일에 집중해야지 아니면 이도저도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 항상 꿈만 꿨다.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꽤나 충격이었다.

 

적당한 때란 건 찾아오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안 될 이유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아지니까. 

하지만 너무 많은 일을 한 번에 하려고 하려 하면 그 어떤 것도 손 안에 남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강사일, 회사 취업, 꿈 중에 회사 취업을 잠시 멈춰서기로 했다. 

 

회사 취업을 아예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강사일을 하며 여러 도메인에 대한 데이터도 다뤄보고, 비즈니스에 대해 공부하는 과정은 쭉 이어할텐데 그 과정에서 관심있는 도메인이 생긴다면 다시금 취업을 준비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실전 감각을 잊지 않으려 블로그에 글도 적고, 자체 기획과 개발도 해볼 예정이지만 '취업 준비'라는 생각은 잠시 잊으려고 한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해야 하는 일'보단 '하고 싶은 일'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해보고 싶다.

 

 

2025년 기억에 남는 일

회고를 할 때는 종종 후회되는 일부터 떠오른다. 하지만 올해는 후회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목표들도 나름대로 달성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것들에 도전했고, 즐겼다. 모든 게 계획했던 결과물을 내지 않았더라도 과정 자체가 많은 것을 남겨줬던 한 해였다. 

 

  • 독서모임
  • 새로운 직업
  • 오프라인 강의
  • 데이터야놀자 발표
  • 본격적인 취업 준비
  • 미니 서비스 개발
  • 인스타툰 그리기 & 그림공부

 

내가 혼자서 이룬 일들도 많지만 좋은 분들의 도움을 받은 일들도 참 많다. 직접적인 도움도 도움이지만, 영감을 준 분들이 정말 많았다. 앞서 적었던 2개의 목표 외에 하나의 목표가 더 있었는데 바로 '따뜻한 사람 되기'였다. 어쩐지 반대로 따뜻함을 잔뜩 받았던 해였던 것 같다. 

 

결과와 과정 중에 무엇이 중요한가, 과거에는 무조건 결과를 선택했다. 결과가 좋아야 과정도 의미가 있어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올해는 도전하는 과정 속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어떤 것은 '포기'할줄도 알게 되었다. 만약 열심히 하는 과정이 없었다면 포기라는 결과는 아마 두고두고 후회가 되어 마음에 남았을 것이다. 

 

2025년에는 도전했고 그 과정에서 나라는 사람을 많이 확장할 수 있었다. 해낸 것이 많아서 뿌듯한 해는 아니지만 인간적으로 한꺼풀 성장한 전체적으로 기억에 남을 해였다. 

 

 

마무리

한 해를 돌아보는 이 시간을 통해 올해보다 내년에 더 열심히 살아야지, 하고 결심한 건 아니다. '열심히'보다는 '즐겁게'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올해의 나는 즐거웠고, 내년에 나도 즐거웠으면 좋겠다. 즐겁게 살기 위해 열심히 살 것이다.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했지만, 그 어떠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때는 즐겁지 않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즐거운 일을 하되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잘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생각하고 움직이자. 

 

바뀌지 않을 나의 기질 중 하나는 '끊임없이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문득 해마다 나라는 본질 위에 새로운 생각들이 덧씌워지지만 한편으로는 흔들리지 않을 중심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